8월 모임
1. 2025년 8월 20일 오후 3시 줌미팅
참석자는 신혜정, 박선희, 하승연, 전제아.
읽은 책은 줄리언 반스의 <에감은 틀리지 않는다>.
기록자 전제아
2. 이번에는 줌미팅 복잡한 일상을 뒤로 미루고 만나자는 것이 취지였으나 이번에는 상황에 굴복해서 다같이 줌미팅으로 합의했다. 이야기하는 맛이 덜했지만 아무 때나 아무렇게라도 만날 수 있다는 편의를 활용하기로 했다.
오늘의 책은 전제아 추천. 지난 달에 읽었던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가 주는 울림이 컸기 때문에 같은 작가의 작품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었다.
3. 우리 북클럽의 토론 주제는 기억과 왜곡, 회피였다. 우리는 같은 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경험하면서도 다르게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누가 왜 어떻게 기억을 왜곡하는가, 아니면 그저 정면으로 마주하기 어려운 기억을 차츰 회피하는가였다. 기억의 왜곡, 혹은 기억의 회피는 누구도 크게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4.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잔잔한 회고담처럼 보이지만, 읽을수록 독자에게 자기 인식과 기억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강하게 호소한다. 우리의 기억은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각자가 무엇을 기억한다고 믿고 살아가는가를 다룬다. 그런 점에서 기억은 자기 인식과, 윤리의식으로 연결된다.
5. 우리들 중 누구도 자신의 자기 인식이 특별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너무 평범하고 너무 상식적이라서 특별히 자신의 기억을 왜곡시킬 이유도 계기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소설 속 화자인 토니도 마찬가지다. 그는 극적인 성공도, 치명적인 실패도 없이 살아온 평범하고 무난한 인물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한다. 그래서 토니는 자신의 회상을 차분하고 합리적이라고 의심하지 않으며 독자 또한 자연스럽게 그의 기억을 신뢰하게 된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토니가 들려주는 과거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토니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정제한 이야기라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된다.
6. 토니와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되돌아 보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기억을 성찰해 본 경험이 매우 희소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구체적으로 내 기억의 무엇이 진실하지 않느냐와는 상관없이 기억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기억은 마치 우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저절로 생성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내 기억들은 그냥 그대로 정당한 것 같다. 하지만 기억은 늘 선택하여 보존되기 때문에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토니는 과거의 자신을 냉정하고 이성적인 인물로 묘사하지만, 사실은 종종 무책임하고 무관심했다. 그는 도덕적 위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기 위해서 타인의 감정을 외면하고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의도를 갖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각자 인식하면서 또는 인식하지 못하면서 무관심을 실천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보았다.
7. 우리에게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특별하게 인상적이었다, 그 이유는 이 소설이 특별하게 악한 인간이 아니라 그저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을 다루기 때문이다. 토니는 잔인하지도,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파괴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책임지지 않는다. 명백한 죄악은 누구에게나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비난과 정죄를 면하기 어렵지만 애매한 자기 기만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존재감이 없어 보이지만 관련되는 사람들에게는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우리가 잊기로 선택했던 것, 기억하기로 선택했던 것은 누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내 삶을 얼마나 정직하게 기억하고 있는가?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무엇을 덮어왔는가? 우리 멤버들은 모두 여성이고 모두 기혼자로서 남편과 지식을 두었고 두 셋트의 가족이 있다. 그 덕분에 세밀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들이 있다. 그런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다각적이고 치밀하고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이 엄존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주 외면을 선택했고 기억을 왜곡해 왔다. 그리고는 기억의 왜곡 조차 잊기로 선택했다.

8월 모임
1. 2025년 8월 20일 오후 3시 줌미팅
참석자는 신혜정, 박선희, 하승연, 전제아.
읽은 책은 줄리언 반스의 <에감은 틀리지 않는다>.
기록자 전제아
2. 이번에는 줌미팅 복잡한 일상을 뒤로 미루고 만나자는 것이 취지였으나 이번에는 상황에 굴복해서 다같이 줌미팅으로 합의했다. 이야기하는 맛이 덜했지만 아무 때나 아무렇게라도 만날 수 있다는 편의를 활용하기로 했다.
오늘의 책은 전제아 추천. 지난 달에 읽었던 <우연은 비켜가지 않는다>가 주는 울림이 컸기 때문에 같은 작가의 작품인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를 읽었다.
3. 우리 북클럽의 토론 주제는 기억과 왜곡, 회피였다. 우리는 같은 순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경험하면서도 다르게 기억하는데 그렇다면 누가 왜 어떻게 기억을 왜곡하는가, 아니면 그저 정면으로 마주하기 어려운 기억을 차츰 회피하는가였다. 기억의 왜곡, 혹은 기억의 회피는 누구도 크게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라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
4.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잔잔한 회고담처럼 보이지만, 읽을수록 독자에게 자기 인식과 기억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강하게 호소한다. 우리의 기억은 실제로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기록한 것이 아니라 각자가 무엇을 기억한다고 믿고 살아가는가를 다룬다. 그런 점에서 기억은 자기 인식과, 윤리의식으로 연결된다.
5. 우리들 중 누구도 자신의 자기 인식이 특별하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너무 평범하고 너무 상식적이라서 특별히 자신의 기억을 왜곡시킬 이유도 계기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 점은 소설 속 화자인 토니도 마찬가지다. 그는 극적인 성공도, 치명적인 실패도 없이 살아온 평범하고 무난한 인물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한다. 그래서 토니는 자신의 회상을 차분하고 합리적이라고 의심하지 않으며 독자 또한 자연스럽게 그의 기억을 신뢰하게 된다. 그러나 후반으로 갈수록 토니가 들려주는 과거는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토니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정제한 이야기라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된다.
6. 토니와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는 자신의 기억을 되돌아 보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기억을 성찰해 본 경험이 매우 희소하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다. 구체적으로 내 기억의 무엇이 진실하지 않느냐와는 상관없이 기억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 기억은 마치 우리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저절로 생성되는 것 같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내 기억들은 그냥 그대로 정당한 것 같다. 하지만 기억은 늘 선택하여 보존되기 때문에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토니는 과거의 자신을 냉정하고 이성적인 인물로 묘사하지만, 사실은 종종 무책임하고 무관심했다. 그는 도덕적 위기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기 위해서 타인의 감정을 외면하고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한 의도를 갖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이 지점에서 우리는 각자 인식하면서 또는 인식하지 못하면서 무관심을 실천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보았다.
7. 우리에게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특별하게 인상적이었다, 그 이유는 이 소설이 특별하게 악한 인간이 아니라 그저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평범한 인간을 다루기 때문이다. 토니는 잔인하지도,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파괴하지도 않는다. 그는 다만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책임지지 않는다. 명백한 죄악은 누구에게나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비난과 정죄를 면하기 어렵지만 애매한 자기 기만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존재감이 없어 보이지만 관련되는 사람들에게는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우리가 잊기로 선택했던 것, 기억하기로 선택했던 것은 누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내 삶을 얼마나 정직하게 기억하고 있는가?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무엇을 덮어왔는가? 우리 멤버들은 모두 여성이고 모두 기혼자로서 남편과 지식을 두었고 두 셋트의 가족이 있다. 그 덕분에 세밀하게 얽혀있는 인간관계들이 있다. 그런 인간관계는 생각보다 다각적이고 치밀하고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이 엄존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자주 외면을 선택했고 기억을 왜곡해 왔다. 그리고는 기억의 왜곡 조차 잊기로 선택했다.